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평범한(?) 이들에게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의 이야기는 결코 친숙하거나 쉬운 주제는 아니다.
'너 자신을 알라' 라는 소크라테스의 말만 기억에 남을 뿐, 정작 그들의 깊이 있는 철학사상과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언제나 어렵게 다가온다.
고대철학을 입문하는 자들에게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계보는 기본 과정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플라톤의 철학사상과 고대 그리스의 문화, 배경 등에 엮어서 그의 사상을 들여다 보는 8명의 저자들을 해설을 들어볼 수 있는 책이다.
출장 중에 이 책을 들고 짬짬히 시간날 때 마다 가볍게 읽어 나갔다. 허나 철학이 먼 나라 얘기처럼 느껴지는 본인에게도 그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플라톤에 대하여
플라톤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은 이데아, 철인정치, 동굴 등에 대한 단어들이다. 그가 쓴 대표적인 책들은 국가,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 파이드로스, 법률, 티마이오스, 에피노미스 등이 있다. 그의 사상은 철학, 정치,예술, 종교, 윤리 등 여러분야에 아우러고 있으며, 그의 깊은 사유와 통찰을 통해 우리에게 지혜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전체적인 책의 내용에 대하여
플라톤을 읽는 8가지 시선이라는 부제 답게 8명의 철학자들이 각 분야에서 바라보는 플라톤 사상을 기술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종교, 사랑, 사회, 영웅들에 대한 속살을 들춰가며 우리가 겉으로 알고 있는 그 사상에서 한 꺼풀의 껍질을 벗기고 한발자국 더 다가서서 들여다 보게 한다.
다음은 전체 8가지 시선 중에서 몇가지에 대해 내용과 개인적인 해석을 더해 살펴 보고자 한다.
그리스 종교와 플라톤의 종교사상 - 강성훈
그리스의 제의(제사)에 대한 배경을 먼저 언급하며, 그리스인들의 종교관에 대한 특징을 설명한다. 또한 그리스의 많은 신들의 기원과 신이 개인을 선택하고 관여하는 것이 아닌 개개인들이 신을 창조해 내고 그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어쩌면 이성적인 생각과 판단으로 이해가 어려운 그때의 종교적 현상에 대해서 들여다 보게 한다.
오늘날 대중적인 문화에서 연예인이나 일반인 중 미모가 뛰어난 이들에 대해, 여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나 그들을 추종하는 문화가 어쩌면 그리스에서 신들을 창조해 내고 추종하는 문화와 닮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내용에서는 호메로스적 세계관을 언급하는데 영혼이 그림자와 같이 것이기 때문에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면 지상에서의 삶과 죽은 후 영혼이 겪게되는 상황에 대해서 인과성이나 연속성이 없으며, 당사자가 벌을 받는 것이 아닌 그 후손에게 저주가 내리는 형태로 세계관을 형성한다.
또한 죽음 이후 상황이 중요해지고, 그럼으로 사후에 영혼의 중요성이 높아지다 보니 살아있는 동안 영혼을 위한 정결의식등이 성행하게 되었다.
이 부분에서는 그동안 그리스(헬레니즘) 문화와 철학에 대해서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종교적인 부분과 사회, 문화적인 부분에 대한 정보를 결합함으로써 그 시대적 배경을 더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즉, 그 시대의 한 파편만을 보는 것이 아닌 국가와 사회 전반적인 시대적 상황을 살펴봄으로써 왜 그들이 그러한 철학적 사상들을 이루어 내었는가를 깊이있게 들여다 보게 되는 것이다.
『심포시온』을 통해 본 그리스인의 사랑 - 이강서
참 존재는 이데아에서 존재한다는 기본전제에서 이 부분을 풀어 나간다면, 진정한 아름다움 즉 참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결국 이데아에서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아름다움 그 자체,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표현되고 신적인 아름다움으로 포장되는 것을 의미했다.
플라토닉 러브란(Platonic Love)란 표현이 심포시온에서 유래하였다면, 그 의미가 육체가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사랑이라 정의된다면 플라톤은 어느 정도 깊이의 사랑을 했는가 의문스럽기도 하다. 그가 독신으로 평생을 살았기 때문에 그가 말하는 사랑은 결국 정신적 사랑을 말하는 것인가?
영화 300을 보면 스파르타의 전사들이 짝을 지어 결집하고 응집하여 전투에 승리하는데, 그 배경에는 동성애에 대한 있다고 하는 의견이 있다. 그렇다면 플라토닉 러브는 남성간의 사랑을 의미했는지에 대한 물음이 남는다.
이렇듯 그리스인의 사랑에 대한 정의는 남녀간의 사랑, 신과의 사랑, 동성간의 사랑 등에 대한 각각의 정의로 표현된게 아닌가? 이런 사랑의 정의가 역사적인 회귀성을 따라 오늘 날에 다시 강조되는것인가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이 파트에서도 참(진짜의 것)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한겹 더 생각하게 한다. 사랑은 무엇이며,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누가 이것을 제대로 정의할 수 있는가? 그 기준은 무엇이며 어디에 근거하는 것인가? 또한 보편적인것인가?
그리스 비극과 플라톤의 시인추방론 - 강대진
그리스 문학이나 문화에서 비극이란 단어에 대해서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는 솔직히 다가오지 않는다. 철학적 깊이가 없고 학문적으로도 배경이 없다보니, 어렴풋하고 주관적인 의미 해석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당대에 시인들은 비극이란 장르의 시를 많이 지었던 것 같다. '일리아스' '오딧세이' 같은 비극시를 통해서 사회적인 통합과 하나의 문화를 이룩해 나갔다고 보여진다. 비극은 기원전 6세기 전쯤부터 만들어 진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정치적으로는 세가지 성격을 가지는데 아테나이를 찬양하고, 남성의 지배를 정당화 하며, 토론을 중시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플라톤은 시인들을 추방하고자 했을까? 그 시대의 정치적 배경을 살펴보면 그 부분이 이해된다.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받게되는 부분에서, 민주정의 합의에 의해서 -쉽게 풀자면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책의 앞부분에서 언급되는 내용들을 통해서 살펴보면, 소크라테스의 이성과 논리력, 언변 등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수치를 당하고, 앙심을 품은 것으로 나온다.
이런 배경에서 플라톤은 아마도 철인(참지식인)정치를 중요시 하고, 민주주의가 아닌 참주정을 우선시 하였던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플라톤이 비판하는 민주주의가 오늘 날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한 정치적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민주주의 단점이 한국의 정치에서도 구현되는 것을 보니 참 답답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플라톤의 정치적, 철학적인 접근이 경이롭기 까지 하다. 그는 이러한 폐해를 어떻게 그리 날카롭게 꿰뚫고 있는지 그의 깊이 있는 사유에 놀라울 뿐이다.
용기란 무엇인가 - 한경자
이 부분에서는 소크라테스가 등장한다. 라케스와 니키아스라는 두명의 군인이 문답을 주고 받는 대화에서 참용기가 무엇인지를 서로 정의하려하고, 그들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한다.
허나, 소크라테스는 그들의 논리적 허점을 파고 들어 결국 그들이 알고 있는 용기에 대한 정의는 진정한 용기가 아님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용기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흥미로운 점은 용기에 대한 정의와 접근을 소크라테스가 던지는 질문으로 다가가는데, 당대의 소크라테스가 남겼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곧 '너는 아는 것이 없다.' 라는 말로 귀결되어 진다.
오늘 날, 우리 역시 그러하다. 많은 말들을 하고 주장을 하지만, 실상은 그 사용하는 단어의 정의, 참 뜻, 용처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마무리 지으며
철학이란 카테고리 자체가 쉽게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리스 철학의 입문자에게는 그 시절의 배경과 종교, 사회, 정치적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한다.
플라톤의 사상 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인생의 지혜를 얻어 갈 수 있으며, 생각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목차참고
책을 펴내며
1 그리스 종교와 플라톤의 종교사상 - 강성훈
2 『심포시온』을 통해 본 그리스인의 사랑 - 이강서
3 그리스 비극과 플라톤의 시인추방론 - 강대진
4 용기란 무엇인가 - 한경자
5 그리스 영웅들의 수치심과 소크라테스의 향내적 수치 - 정준영
6 아테네 민주정의 성립과 플라톤의 민주정 비판 - 이기백
7 죄, 갚게 할 것인가, 치유할 것인가 - 김주일
8 현상의 구제: 플라톤의 자연철학과 우주론 - 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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