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이란 용어에 어느 듯 익숙해져 있다가 도서관의 책 한켠에 [양자경제]라는 제목의 책에 눈길이 갔습니다. 항상 그러하듯 저자가 누구인지 살펴보고, 목차를 훑어 봅니다. 무언가 철학적이면서도 시대적 상황에 대한 통찰력을 다룬 것 같은 주제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진 분야들이 많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목차여기]
양자경제의 정의
먼저, 이 책에서 정의하고 있는 양자경제(Quantum Economy)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책의 저자 앤더서 인셋은 양자경제를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양자경제(Quantum Economy)란?
- 기존 경제 체제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이다.
- 식량, 주거, 안전이라는 명백한 물리적 욕구를 넘어 소속감, 자존감, 자아실현 같은 심리적 욕구까지 통합한다
- 순환하며 잠재적으로 무한하다
-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좁히고, 직접적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 양자세계만큼 예측 불가처럼 보이지만, 양자물리학만큼 현실적이다.
- 상호의존 시스템이다. 모든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인간과 기계도 협력한다.
- 분야 간의 경계를 허물어 자연과학의 인문학을 통합한다.
- 분권적이고 상호연결된 구조를 둔다.
- 우리의 소비 인식을 되돌아보게 하고 비물질적 성장으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
- 지성사회, 의식혁명, 순환하는 무한성, 철학적 사고로 구현된다.
저자는 양자물리학의 구조에 양자경제라는 요소를 대입하여 내용을 풀어나가고, 이해를 시키려는 방식으로 책의 내용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양자적 관점에서 역사적인 결과와 시대적 상황을 살펴보며, 빅테크와 같은 기술적 발전이 인류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철학적 관점에서의 접근방식 등을 통해 어떻게 양자경제를 이루어 나갈 것인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
크게 두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부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제2부 양자 유토피아]로 나뉘어져 있는데, 전반부인 1부에서는 양자적 관점에서 역사적으로 발생한 사건과 이로인한 오류, 그리고 기술적/사회적 변화에 의한 시대적 현상을 다루고 있으며, 이를 철학적 관점에서 인간은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2부에서는 미래적 관점으로 접근을 하고 있으며, 다가올 미래는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비관적이 아닌, 긍정적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 인류는 어떠한 길로 가야할 것인지를 자신의 입장에서 해답을 던지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후반부에서는 철학적 요소와 종교적 관점이 혼합된 다원주의적 결과론으로 치우치는 것 같아 다소 아쉽습니다.
마무리에 다소 억지스럽게 끼워 맞춘듯한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몇가지 통찰력
그럼에도 이 책에서는 다양한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미래적인 방향성에 대해서 다양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나 메타버스, 로봇의 부상과 노동의 종말 등을 다룬 책들과 결을 비슷하게 가져가지만, 그러한 종류의 책에서는 잠시 놓쳤던 내용을 다시 되새기게 합니다.
알고리즘 주의
현재의 자본주의는 알고리즘 최적화를 의미한다. 가장 부유한 0.1퍼센트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마진의 극대화가 최적화의 목적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뛰어난 실력이 아니라 자본으로 재산을 축적한 슈퍼갑부들이다. -p57-
민주주의 다음은 어떤 세상이 도래할 것일까? 자본주의의 다른 이름은 이제 알고리즘 주의일 것입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끊임없이 그 플랫폼안에 사람의 정신을 묶어두고 있으며, 우리는 원하지 않아도 그들의 알고리즘에 길들여져 가고 있습니다.
이 알고리즘은 인터넷과 연결된 그 어느 곳이든 속속들이 파고들고 있으며, 페이스북(메타)와 같은 플랫폼도 이러한 알고리즘으로 중무장하고 있습니다. 다음 순서로는 인공지능(AI)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알고리즘으로 우리의 삶을 구속할 지도 모릅니다.
미래는 여성적이다
농경사회에서 산업화와 공업화가 활발하던 시기까지는 가장 필요시 되던 것이 육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이었습니다. 농사를 짓던, 공장에서 무거운 짐을 나르는 등 이러한 것들은 남성에게 더 유리한 사회적 환경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패러다임은 이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육체라는 틀을 제거하고 나면, 여러면에서 여성들이 우수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P88. 어째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이 더 우수할까)
마하트마 간디가 이미 이를 명확히 지적했다. "여성을 연약하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그것은 남성의 부당한 규정에 불과하다. 강함을 잔혹한 강함으로 이해하면, 여성은 확실히 남성보다 약하다. 그러나 강함을 도덕적 강함으로 이해하면, 여성은 남성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우위에 있다. 여성들이 더 큰 직관을 가졌고, 더 헌신적이고, 더 큰 끈기와 더 큰 용기를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들이 없었다면 남자는 존재하지 못했으리라. 우리의 존재 법칙이 비폭력적이라면, 미래는 여성의 편이다."
오늘날 많은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진출하였고, 그들의 능력을 다양한 곳에서 펼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괄목할 만한 실적과 업적을 내기도 합니다. 확실히 공감능력과 언어적으로 설득하거나 다양한 일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능력은 남성보다 나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적 능력의 신장을 기존 남성의 역할과 비추어 볼때, 그 균형을 맞추는 사회적인 시대적인 노력이 요구될 것입니다. 미래 세상에서 생각으로 혹은 생각에 의해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다루는 조건과 환경이라면, 남성과 여성간에 평등은 어떻게 이루어져 갈까요?
디지털화, 그 다음은?
디지털화 이후에 무엇이 올까?
저자는 본질적이고 실존적인 질문이며, 새로운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와 같이 세상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가 된다면 어떤 세상이 우리에게 다가올까요? 진정한 디지털 유토피아일까요? 아니면, 디스토피아 일까요?
의식혁명에 대해서도 저자는 그 기술적 발전을 통해 뇌의 모든 기억을 메모리에 저장하고, 다른 육체로 이동할 수 있는 세상이 올수도 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이 책에서 뿐만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고, 기술의 발전을 바라보는 다양한 학자들이 쓴 책에서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진시황이 꿈꾸던 불로장생의 꿈을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사람의 영혼과 의식이 동일한 선상이고, 이를 백업하고 다른 육체나 로봇에 업로드하는 세상이 온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요?
인간은 스스로 지구라는 감옥에 영원히 갇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영혼은 지구를 탈출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결론은 양자경제
저자는 양자물리학의 원리를 미래 경제시스템에 대입하고, 철학적이고, 기술적 변화의 시대상을 엮어서 다양한 관점에서 내용을 풀어가고 있습니다.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보다는 유토피아적인 미래가 되기를 꿈꾸면서 말이죠.
모든 (아원자) 물질이 입자이면서 동시에 에너지이고, 에너지이면서 동시에 입자인 양자물리학과 똑같이 양자경제에서는 물리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물질과 비물질처럼 소위 대립하는 것들이 양립한다
책은 결론 부분은 다소 성급히 마무리 지으려는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만, 전반적으로 저자의 통찰력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개인적으로도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막연한 미래세상이 아닌, 다가올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목차 살펴보기
머리말: 양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제1부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1장 선택의 갈림길: 변화할 것인가, 몰락할 것인가
두 가지 난제 / 양자안경 / 1930년대로 돌아갈까 / 반란의 최적기 / 기하급수적 기술 길들이기 / 철학이 필요한 시간
2장 다섯 가지 오류: 시스템 오류인가, 오류 시스템인가
첫 번째 오류: 확산하는 독단주의 / 두 번째 오류: 치명적 정보사회 / 세 번째 오류: 길들여진 생각 / 네 번째 오류: 미완의 자본주의 / 다섯 번째 오류: 고장난 민주주의
3장 변화의 바람: 연대·각성한 세대·여성·기술 쓰나미
지역 정체성과 글로벌 상호의존성 / 각성한 세대 / 미래는 여성적이다 / 과학기술: 고요한 그러나 치명적인
4장 기이한 현실: 양자과학에서 양자 유토피아까지
보편 공식을 찾아서 / 아인슈타인이 소크라테스를 만나다 / 무한성 이해 / 양자 패러다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미친 사람들에게 더 많은 힘을! / ‘양자 우월성’ 시합
5장 근본적 질문: 인간은 왜 인간인가
의식은 왜 존재할까 / (인공) 지능의 의미 / 의식 없이 지능이 존재할까
6장 마지막 자기애 모욕
프로이트의 세 가지 자기애 모욕 / 철학적 좀비 / 다른 길이 있을까
제2부 양자 유토피아
7장 세 가지 미래 시나리오
최후 심판의 날: 인류 문명의 파괴 / 호모 옵솔레투스: 아무도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 양자 유토피아: 인류의 손으로 만드는 미래
8장 지식사회에서 지성사회로
우리의 기억은 왜 거짓말을 할까 / 디지털화, 그 다음은? / 의식혁명: 인간이 깨어난다
9장 양자경제의 약속
순환경제로 가는 길 / 화폐개혁, 과세, 기본소득 / 조직된 삶: 직접 민주주의 / 새로운 모델을 찾아서
10장 행동하는 영웅
창조적 동기부여 / 행복이 오게 하자 / 배우는 법 배우기 - 가르치는 법 가르치기 / 위코노미(We-conomy) / 늦지 않았다
맺음말 철학자 급구
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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